박명권 대표(그룹한어소시에이츠)
2013년 초,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짐 로저스(Jim Rogers)는 ‘한반도는 곧 통일이 될 것이고 통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통일이 되면 자신의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해 전 세계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 미국 다빈치연구소장도 ‘통일한국의 미래는 매우 밝으며 국가경쟁력이 현재보다 훨씬 높게 상승하고 세계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주장하고, 이어 올 9월3일에는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한반도 통일은 한국에게 있어 위험한 도박일 수도 있지만 또한 엄청난 기회일 수도 있다. 통일에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의 예를 보더라도 통일 후 독일은 동독 지역에만 2010년까지 10년에 걸쳐 약 3,0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었고, 독일경제는 이로 인해 10여 년간 침체를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1년 예산이 376조원임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비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통일 후 25년이 지난 오늘날 독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전승 4대국으로부터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고 EU결성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국제사회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통일 후 한국은 어떨까? 현대경제연구원은 통일한국은 인구 7천4백만을 보유한 강국으로 부상하고 2050년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6조5천6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은 8만6천 달러에 이르러 영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통일을 위해 감내해야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은 한반도의 통일 비용이 최소 2,340조에서 최대 5,850조원이 들어간다고 예측한다. 우리나라 1년 건설공사총액(약 250조)의 열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런 막대한 투자비용은 특히 건설 분야에서 로또와 같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도로, 철도, 항만 등 교통 인프라 분야에만 향후 5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북한의 에너지ㆍ전력 분야에는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 인프라와 기간시설이 갖추어진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 될 신도시 건설과 주택 등 건축분야의 투자는 지금으로선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다. 침체에 빠져있는 남한 건설업계는 통일이 된다면 북한지역의 산업단지, SOC, 도시개발 등 각종 개발에 참여하여 건설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근 분야의 준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경원선 복구를 시작으로 남북 SOC 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 수립, 용산공원 통일 상징공간조성 등 실질적인 통일준비작업에 착수하였다. 건설업계도 지난해 4월 ‘통일위원회’를 꾸려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사업, TCR(중국횡단철도)를 활용한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통일시대를 대비한 인프라 투자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건축 분야에서도 김석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중심으로 DMZ 남북공동도시와 두만강 하구 다국적 도시, 서울-원산을 잇는 동서관통운하 등, 통일 후 한반도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고,‘한반도국토포럼’ 등 통일 관련 행사들을 개최하여 통일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교통 분야에서도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산하 연구기관의 기획연구를 통해 통일 한반도의 교통인프라 구축전략을 수립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토목분야의 준비는 더 활발하다.
김문겸 한국토목학회 회장은 토목은 '통일 국가를 여는 기반'이라는 포부와 함께 토목 분야의 통일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목학회가 지난 3월에 개최한 제1회 미래정책포럼에서는 우리나라 SOC 건설경험과 개발도상국 사례를 북한에 적용하는 북한 인프라 개발 전략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환경부도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난 2월11일 독일 ‘라이프니츠 생태도시 및 지역개발 연구소(IOER)’와 함께 ‘환경분야 통일준비를 위한 국제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통일과정에서의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 하고 있다.
산림청은 최근 남북한의 산림현황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2015년 남북한의 숲' 위성영상자료를 공개했다. 이 영상자료는 국내위성 '천리안'이 2014년 가을 찍은 자료로, 남한은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으로 덮혀있는 반면, 북한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황폐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한은 지난 1970년대 이후 치산녹화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한 반면 북한은 과거에는 산림이 영토의 80% 이상을 차지했으나 현재는 30% 넘게 감소했다고 한다. 유엔 식량 농업 기구에 따르면 매년 평양시 면적에 해당하는 11만2000 ha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데, 산림청은 인공위성 영상을 기반으로 산림과 황폐지를 구분하는 등 북한 산림현황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북한 산림복구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천리안’ 위성에서 본 남북한 산림현황(2014)
(출처 : 산림청 한국임업연구원)
통일에 대한 우리 조경 분야의 기대는 어떠할까? 통일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활성화 되면 당장 북한 지역의 인프라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도로 철도와 항만, 산업단지, 공공주택, 환경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간접자본의 구축이 필요하게 된다. 남한의 건설업체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인프라 구축사업에 대거 참여하게 되고 남한의 선진화된 건설기술 인력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 조경 분야도 조경설계물량 확대는 물론, 조경수목과 조경시설물자재의 생산, 유통, 조경 기술교육 훈련 등에서 새로운 시장과 고용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 조경업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러한 조경시장 확대의 부가가치는 고스란히 국내 조경 업체에게 발생한다.
조경수는 해외에서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을 남한에서 재배된 수목으로 공급해야하고 조경시설물과 자재 또한 이미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품질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북한의 노동력을 동시에 활용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크게 염려할게 없을 것이다. 경험이 많은 남한의 조경전문가들은 설계, 감리, 교육 등에 참여하고, 저임금의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을 활용하면 조경회사들의 경제적 부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통일은 우리 조경 분야에도 분명한 기회가 될 것이다.
조경 인접분야의 통일 준비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우리 조경 분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접 분야의 조경시장 잠식 현상과 같이 우리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다면 강 건너 불구경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 조경 분야도 더 늦기 전에 통일시대에 대비해야한다. 조경단체들은 통일 후 새로운 조경 시장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차근차근 준비하고, 학회는 북한의 관련기관과 접촉을 추진하고 북한지역의 생태 등 관련 연구를 시작해야한다.
조경설계분야는 더 이상 북한 지역의 개발이 회색 인프라 우선이 아니라 경관과 생태가 중심이 되는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개념의 녹색 인프라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통일 한반도 마스터플랜 계획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조경식재분야에서도 북한의 기후에 맞는 수종을 미리 연구하고 재배할 수 있는 플랜을 짜야한다. 북한지역의 식재공사는 물론이고 북한의 저임금 근로자들을 활용하여 북한지역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고 아직까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더 넓은 중국대륙에 우리의 조경수를 수출할 가능성도 있다.
조경시설물 분야는 북한지역의 개발에 따른 수요를 넘어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다. 바다를 건너 유럽시장까지 자재를 수출하려면 통상 2개월 남짓 걸리지만 시베리아를 철길로 달리면 일주일이면 갈 수 있다. 통일한국에서는 조경시설물 업계가 유럽산 놀이시설과 자재를 수입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경쟁력 있는 국산 조경시설물과 자재를 저 큰 유럽시장으로 수출할 기회도 열리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통일 대박론’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통일이 국가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축, 토목 등 인근 분야에서 발 빠르게 시작한 통일 준비에 우리 조경분야도 더 이상 남의 집안일처럼 구경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건설 경기 침체로 누구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조경 분야에서 당장 통일을 준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우리 조경분야가 통일 한반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사전대비 없이 최근에 조경 분야가 겪어왔던 일련의 사건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일 시대에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라펜트는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 미래포럼과 함께 조경의 미래방향을 모색하는 '조경인이 그리는 미래'를 매달 1회씩 게재하고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향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조경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논의의 장으로서 조경인 모두의 관심과 함께 연재가 이어가기를 기대해봅니다.
*10월 필자는 배정한 교수(서울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