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20. 6. 22 환경과조경 6월호 - 한국조경협회 40주년 좌담

작성일 20-09-03 10:25

 https://blog.naver.com/la_korea/222008446346 [1790]

한국조경협회 40주년 좌담

조경 설계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들

©유청오

토론

강은영 한국그린인프라연구소 사원

김기천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소장

김지환 조경작업장 라디오 대표

서미경 해안건축 수석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대표

최영준 랩디에이치 조경설계사무소 대표

사회 박명권 발행인

사진 유청오

정리 윤정훈

일시 2020년 5월 15일

장소 환경과조경 회의실

모든 시작은 끝에서 비롯되듯, 우리는 이제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의 출발점에 서 있다. 앞으로 한국 조경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앞만 보고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지난 날을 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조경협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한국조경협회와 월간 『환경과조경』이 공동 개최한 좌담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러 세대의 조경가들을 초대하여 조경의 미래를 그리는 작업의 물꼬를 트고자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를 지나온 한국 조경 설계와 이를 뒷받침했던 교육 환경을 세대별로 진단하고 조경 설계 주제의 변천사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분야가 축소되고 분화되는 가운데 있지만 위기와 기회를 구분하는 분별 있는 관점과 조경의 희망을 기대하는 목소리로 좌담회는 마무리됐다.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것은 조경의 역할이자 본질적 가치다. 각자의 시간대,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경의 가치를 실천해 온 이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세대별로 돌아본 조경 설계 40년

박명권 그동안 조경 분야가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이제 잠시 멈춰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좌담회에 설계뿐만 아니라 시공, 자재 등 전 분야의 조경인을 고루 모시고 싶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대신 한국 조경의 초창기를 연 안계동 대표부터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신입 사원까지 다양한 세대의 조경가를 한자리에 초대했다. 논의 주제는 네 가지다. 첫째는 내가 돌아본 조경 설계 40년이다. 세대별로 체감하는 조경설계사무소의 현실에 관한 생각을 나눠주길 바란다. 둘째는 조경 교육의 문제점이다. 설계 분야 후진 양성이 미흡한 원인과 대책도 함께 돌아보고자 한다. 셋째로 조경 설계 주제의 변천에 관해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조경 설계업의 전망과 기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다.

안계동 1981년도에 취업해 조경을 시작한 지 거의 40년이 됐다. 당시에는 설계사무소도 별로 없고 설계를 하는 사람도 적었다. 근무 여건은 열악하고 사회에서 조경 설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에 설계비도 적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계속 걸어온 사람들 덕분에 조건이 많이 나아졌다. IMF 등 경제 위기나 설계 업계 자체의 불황도 있었지만,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경가들의 역량이 커질 수 있었다. 상당한 발전을 이룩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위기감도 느낀다. 개발의 시대가 끝나가며 일거리는 줄어드는데 설계사무소는 늘다 보니 경쟁도 치열해졌다. 앞으로의 조경설계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세헌 나는 안계동 대표를 비롯한 1세대가 10년간 닦아 놓은 토대 위에서 출발한 세대다. 한국 국토 개발의 한복판에서 그 시작과 과정을 고스란히 경험했다. 처음으로 설계사무소에 입사했던 1991년 말, 1기 신도시인 분당, 일산, 산본, 중동 등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입사해 맡은 첫 프로젝트가 산본 신도시 중심상업지구 쇼핑몰 현상설계였고, 분당 택지개발사업 조경의 실시설계를 진행했다. 일거리가 폭풍처럼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30년을 보냈다. 개발의 시대가 종지부를 찍는 오늘날에 이르러 돌아보니 그간 내용이 빈약한 설계를 해오지 않았나 싶다. 짓기 급급했던 시절이었다. 덕분에 공원 등 기본 인프라는 많이 구축됐으나 공간을 도상에 빨리 표현하는 일에 매몰되어 조경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은 부족했던 것 같다.

서미경 올해로 조경 설계 일을 한 지 24년째다. 스스로 낀 세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1996년에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IMF 직전이었고 설계사무소가 많지 않아 직장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취업 후 정신없이 바빴고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기도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조경이 천직이라 생각했다. 식물을 직접 만지고 외부 환경을 다루는 일에 만족했다. 하지만 공공 환경보다는 건축물이나 아파트 외부 공간을 주로 설계했기에 조경의 가치와 사명감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2000년대부터 세종시 중앙녹지공간 같은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론적으로만 고민하던 가치를 설계에 구현해볼 수 있었다. 덕분에 조경가로서 자긍심을 갖고 그 원동력으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데, 근래 들어 밀레니얼 세대 조경가들의 도전적이고 실천적인 작업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쩐지 이들이 만드는 급격한 변화와 초창기 세대 사이에 큰 두각 없이 끼어 있는 기분이다.

김기천 각종 이론이 난무하는 시기를 지나왔다. 조경과 도시계획에 관련된 국내외의 다양한 이론을 설계에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며 20년을 보냈다. 설계할 기회는 많았는데 돌아보니 무엇을 해왔나 싶다. 젊은 후배들이 설계사무소를 차리고 자신만의 영역을 찾아가는 걸 보면 어떤 입장에서 앞으로의 20년을 보낼지 고민이 많다.

최영준 지난 십몇 년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이론의 부재, 디지털화, 설계 유학, 중국 건설 호황이다. 김기천 소장의 말처럼 그간 조경에 관한 여러 이론이 정립됐지만 다소 허망하거나 같은 내용의 반복처럼 느껴졌다. 이론의 한계를 드러내고 증명한 프로젝트를 접하면서 우리 세대는 실무적이고 실천적인 것을 더 중시하게 됐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의 몰락을 목격하고 이 같은 이론을 비판하는 리포트를 쓴 적도 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학번은 캐드부터 라이노, VR을 경험한 세대다. 랩디에이치 파트너 중 한 명은 전 세계 40명밖에 없는 루미온 초기 베타 테스터이기도 했다. 도면 제작의 기초로 여겨지는 제도를 정식으로 배워 본 적도 없다. 설계 초반에는 손 스케치를 많이 하지만 캐드와 라이노, 스케치업이 더 친숙하다. 유학이 한창 융성했던 시기를 지난 것도 우리 세대의 특징이다. 유학을 가면 장래가 밝을 거라 믿는 분위기였고, 해외에서 공부를 마치고 학교에 포진한 윗세대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하버드 GSD에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릴 때였고, 유펜UPenn에서 공부할 당시 한국인이 15명, 하버드 GSD까지 합치면 거의 40명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토가 넓고 여전히 개발이 활발한 중국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좋은 프로젝트를 경험할 기회가 많았다.

김지환 최근 몇 년간 조경의 가치와 방향성, 희망을 정리하기보다 위기를 부각한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경제적 혹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부각되어 보일 순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조경의 가치를 탐구한 결과물을 학계에서든 업계에서든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는 큰 대지를 다룰 기회가 많았다면 지금은 작은 공간 혹은 새로운 유형의 공간을 다룰 일이 많아졌다. 이를 기회로 삼아 조경의 방향과 가치를 더 면밀히 탐구해야 한다.

강은영 조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전공을 택한 건 아니었다. 여러 수업을 통해 차차 조경을 공부했고 이 학문이 미적 영역을 넘어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배웠다. 이 배움이 저영향 개발LID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관련 회사에 다니게 됐다. 졸업하고 보니 나처럼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취직한 동기나 선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박명권 말씀해주신 한국 조경의 역사는 40년 된 거대한 나무에 비유할 수 있겠다. 조경학과 출신은 아니지만 1960년대에 농학과와 임학과를 졸업한 선배들이 조경의 뿌리를 다졌고, 안계동 대표 세대가 주류, 즉 큰 둥치였다면 안세헌 대표와 서미경 수석 세대는 뻗어가는 가지와 같았다. 이후 세대에서 잎도 보고 꽃도 피웠는데 아직 열매는 맺지 못했다고 결론 내리고 싶다. 그 과실을 다음 세대가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경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진단

박명권 조경 교육의 역사가 50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성적 논의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조경은 실무에 필요한 학문으로서 갖는 가치가 크다. 지난 2010년대에 전국의 여러 대학의 조경학과가 통폐합되고 정원 조정이 이루어졌다. 진학 인구가 줄은 탓도 있겠지만 학과 경쟁력이 낮아진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조경 교육의 양상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또한 인접 분야와의 협력에 대한 요구가 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 2019년 발표된 논문(이창훈, 김규섭, 이원호, “NCS 조경 분야 적용을 위한 4년제 대학 교육과정 현황분석”, 『한국전통조경학회지』 37권 3호)에 따르면, 통폐합되지 않은 4년제 대학교 24개 조경학과의 조경 과목 중 조경 설계 비율은 40%에 달했다. 다음으로 생태 조경이 12.9%, 조경 시공이 11.3%, 조경 정보 10%, 조경 문화 6.6%, 조경 관리가 3.7%였다. 많은 대학에서 설계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실무적인 내용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전북대학교는 올해부터 이론과 실무 과목의 연계성 향상을 꾀하는 커리큘럼으로 개편을 시도했고, 서울시립대학교는 2016년부터 세운상가군에 시티 캠퍼스를 만들어 도시공학부, 건축학부와 함께 현장 중심형 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은영 마지막 학기에 들은 수업이 기억난다.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신 분을 초청해 강의를 요청했는데, 기안서 작성부터 도면을 작성하는 법까지 실무와 매우 밀접한 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막연했던 설계사무소 업무가 또렷하게 다가왔다. 조경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야 학생들이 조경이 적성에 맞는지, 어떤 세부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 관련 지식을 더 깊고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지환 학문이 학문으로만 끝난 점이 아쉽다. 이론이나 역사적 내용을 스토리텔링 등 공간을 다루는 방식에 어떻게 활용하고 축적된 지식이 현재에 어떻게 유효한지를 알려주면 어땠을까. 대학 조경 교육은 좀 더 실사구시적인 면모를 띠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조경이라는 분야를 개척하고 구축하는 데 힘을 들였다면, 앞으로는 많은 조경 마니아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조경설계사무소나 건설사, 시공사에서 전문가로 잘 성장한 사람들이 교육의 자리로 나아갈 기회, 절차, 체계가 잘 정립되면 좋겠다. 학문적 영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다소 행정적인, 과거의 양식에 붙잡혀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산학 협력을 넘어 교육과 실무를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강의에서 실무 감각을 얻고 조경 분야에서 일할 동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마다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와 방향성도 차별화되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한다. 각 학교가 지닌 지역적, 문화적 장점을 부각하면 학생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안계동 설계 과목은 설계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라기보다 조경을 제대로 이해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이기에 그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경 설계로 진로를 선택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설계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바꾼다면 이는 재고해야 할 문제다. 또 커리큘럼에서 식물학과 식재 계획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문성이 부족한 강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조경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가 식물이며, 특히 식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플랜팅 디자인이 정말 어려운데 관련 기초 소양을 제대로 길러주는 학교를 찾기 힘들다. 정원 문화의 확산으로 식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텐데, 교육의 방향이 자꾸만 도시계획 등 큰 스케일로만 나아가는 것도 아쉽다. 대학생 때는 디자인 기초와 설계 프로세스 등 설계를 잘 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길러주어야 한다. 문제를 발견해 이슈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는 하나의 과정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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